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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더 문(2023) 리뷰 [줄거리/인물/총평]

by 지-잉 2025.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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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문 포스터

 

〈더 문〉은 대한민국 최초의 달 탐사 프로젝트가 실패로 끝나고, 5년 후 두 번째 미션 중 우주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서 펼쳐지는 재난 드라마입니다. 우주라는 극한의 공간과 고립된 상황에서 벌어지는 인류의 생존 투쟁을 다루면서, 첨단 과학기술의 긴장감과 가족애, 인류애를 섬세하게 결합한 작품입니다. 설경구와 도경수, 김희애 등 실력파 배우들이 펼치는 감정선과 우주 공간을 구현한 시각효과가 인상적이며, 한국형 SF 영화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주는 의미 있는 시도라 할 수 있습니다.

줄거리 – 달에 홀로 남은 자, 지구에서 손을 내민 자들

영화는 5년 전 대한민국 최초의 달 탐사선 ‘우리호’가 폭발하며 전원이 사망한 사고로 시작됩니다. 그 비극 이후, 한국은 두 번째 달 탐사선인 ‘우리호-II’를 발사하며 재도약을 시도합니다. 하지만 미션 도중 예기치 못한 태양 플레어 현상으로 선체가 손상되고, 승무원 중 단 한 명인 황선우(도경수 분)만이 살아남게 됩니다.

지상과의 교신이 끊기고, 달 표면 근처에서 고립된 황선우는 연료와 산소가 한정된 상황 속에서 생존을 이어가야 합니다. NASA도 감당하기 어려운 우주 비상 사태 속에서 대한민국 항공우주연구원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그의 귀환을 시도합니다. 이 중심에는 5년 전 첫 미션 당시 책임자로, 자책 속에 숨어 지내던 전 항우연 센터장 김재국(설경구 분)이 있습니다.

김재국은 자신이 실패했다고 느꼈던 과거의 그림자를 넘어서기 위해 다시 컨트롤 타워로 복귀하게 되고, 위기 속에서도 살아남으려는 황선우와 지구에서 손을 내미는 김재국, 그리고 항우연의 모든 인력은 단 하나의 목표를 향해 움직입니다. “그를 반드시 지구로 데려온다.”

시간이 흐를수록 상황은 점점 악화되고, 모든 시도는 점점 한계에 가까워집니다. 하지만 영화는 단지 영웅적인 구조가 아닌, 그 안에 담긴 인간적 선택과 희생, 그리고 서로를 향한 믿음을 통해 감정을 밀도 있게 끌고 갑니다. 달이라는 극한의 배경 속에서 펼쳐지는 생존 드라마는 관객에게 긴장과 감동을 동시에 선사합니다.

인물 – 기술과 감정의 경계에서 살아남다

〈더 문〉은 SF라는 장르에 속하지만, 인간의 내면을 중심에 두고 인물을 서사적으로 이끌어갑니다. 황선우는 단지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인물이 아니라, 과거의 상실과 죄책감을 지닌 인물입니다. 도경수는 감정의 폭이 크지 않은 캐릭터를 절제된 연기로 표현하며, 공허하고 고립된 공간 속에서의 심리를 세밀하게 그려냅니다.

김재국은 이 영화의 또 다른 중심축입니다. 5년 전 첫 탐사선 폭발 사고의 책임자로서 죄책감과 슬픔에 휩싸여 살아가던 그는, 두 번째 미션에서 선우를 구출하는 일에 스스로를 던지게 됩니다. 설경구는 중후하면서도 깊은 내면을 가진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영화의 감정적 무게중심을 맡고 있습니다. 특히 선우와의 간접적인 대화 장면에서는 말보다는 표정과 숨결로 그 감정을 전달하며, 관객에게 묵직한 울림을 안깁니다.

또한 김희애가 맡은 유나 역은 국제 우주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NASA 과학자로, 냉정하고 이성적인 리더십을 보여주지만 인간적인 연민도 함께 지닌 인물입니다. 그녀의 역할은 지구-우주 간 커뮤니케이션의 긴장감을 높이는 동시에, 국제 공조의 상징적 의미도 함께 전합니다.

전체적으로 인물 간의 관계는 단순한 상하 구조가 아닌, 서로의 과거와 상처를 이해하며 성장하는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SF라는 장르적 틀을 유지하면서도, 감정적인 설득력이 높은 이유는 바로 이러한 인물 구성의 힘 덕분입니다.

총평 – 한국형 SF의 진심 어린 도전

〈더 문〉은 완벽한 SF 영화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분명히 의미 있는 진보이자 도전입니다. 한국에서 보기 드문 ‘우주 생존 서사’를 본격적으로 다뤘다는 점에서 장르적 시도만으로도 주목할 만합니다. CG와 시각 효과는 매우 안정적으로 구현되었고, 우주 공간의 광활함과 고립감을 시청각적으로 전달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핵심은 ‘생존’ 그 자체보다 ‘사람을 구한다는 것의 의미’에 있습니다. 단순히 기술로만 해결할 수 없는 우주 속 위기 상황 속에서, 이들은 서로를 믿고, 과거를 극복하며,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이 과정은 SF의 외피를 입고 있지만, 사실상 휴먼 드라마에 가깝습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감정선의 전개가 예상 가능한 구간이 있고, 몇몇 설정은 설득력이 다소 부족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약점은 배우들의 연기력과 전체적인 메시지 전달의 진정성으로 충분히 보완됩니다.

〈더 문〉은 관객에게 묻습니다. "우리는 과연 누군가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 질문은 단순히 영화 속 상황에만 해당되지 않습니다. 각자의 삶 속에서, 누군가를 믿고 기다리는 일의 가치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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