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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라라랜드(2016) 리뷰 [뮤지컬/로맨스/꿈과 현실]

by 지-잉 2025. 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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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라라랜드 포스터

 

〈라라랜드〉는 데이미언 셔젤 감독이 연출하고, 라이언 고슬링과 엠마 스톤이 주연한 현대 뮤지컬 영화로, 꿈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두 청춘의 이야기를 화려한 색감과 음악, 춤으로 그려낸 작품입니다. 고전 할리우드 뮤지컬에 대한 오마주를 바탕으로 하되, 현실적인 선택과 감정의 타협을 정교하게 녹여내며, 환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독특한 감성을 자랑합니다. “별을 향해 손을 뻗었지만, 결국 각자의 길을 선택한 두 사람”의 이야기인 만큼, 아름다우면서도 씁쓸한 여운이 남습니다. 특히 엔딩 시퀀스는 관객의 마음을 송두리째 흔드는 영화적 상상력의 정점으로 꼽히며, 인생의 선택에 대한 깊은 성찰을 남깁니다.

꿈을 좇는 두 사람 – 열정과 예술의 충돌

〈라라랜드〉의 가장 큰 주제는 ‘꿈을 향한 집착과 그 과정에서의 상실’입니다. 미아는 배우를 꿈꾸는 바리스타이고, 세바스찬은 재즈 클럽을 운영하고 싶어하는 음악가입니다. 두 사람은 각자의 예술적 열망을 좇으며 우연히 만나고, 사랑에 빠지지만, 그들의 관계는 처음부터 꿈을 위한 여정의 일부였는지도 모릅니다. 이 영화는 ‘사랑하면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는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 사랑과 꿈이 충돌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섬세하게 담아냅니다.

세바스찬은 생계를 위해 대중적인 밴드에 들어가고, 미아는 수많은 오디션에서 낙방한 끝에 자신만의 1인극을 준비합니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은 서로의 꿈을 응원하면서도 점점 어긋나는 감정을 겪게 됩니다. 꿈을 현실로 만드는 데 필요한 희생이 무엇인지, 과연 그 대가를 감당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이 영화의 중심에 자리합니다. 두 주인공은 사랑을 이유로 서로를 붙잡지 않습니다. 오히려 사랑을 통해 서로의 가능성을 믿고, 떠나보내는 선택을 함으로써, 흔한 해피엔딩과는 다른 깊은 감정을 전합니다.

뮤지컬이라는 형식을 통해 영화는 이들의 감정을 더욱 풍부하게 표현합니다. 재즈 클럽, 할리우드 언덕, 천문대 등 LA의 상징적인 장소들은 그들의 열정과 이상을 투영하는 무대가 되고, 탭댄스와 색채감 넘치는 연출은 현실과 환상을 자연스럽게 넘나들게 합니다. 〈라라랜드〉는 결국 자신의 길을 선택한 두 청춘의 찬란하면서도 고독한 기록입니다.

관계의 이면 – 사랑이 아닌 ‘선택’의 문제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사랑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것이 단순히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그리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랑의 본질과 선택의 무게를 다루기 때문입니다. 미아와 세바스찬은 서로를 깊이 사랑하지만, 동시에 자기 자신이 되고 싶은 모습에 대한 욕망이 있습니다. 이 두 감정이 공존하기에, 그들은 끝까지 함께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특히 영화의 후반부에서 보여지는 ‘상상 속의 엔딩 시퀀스’는, 관객들에게 충격과 동시에 깊은 감동을 줍니다. 둘이 함께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가정의 서사는 환상적으로 연출되지만, 곧 이어지는 현실은 단호합니다. 각자의 꿈을 선택한 결과, 그들은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서로를 잊지 않았다는 것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핵심입니다.

이 장면은 사랑이란 감정이 항상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만능 열쇠가 아님을 보여줍니다. 오히려 진짜 사랑은 때때로 상대의 선택을 존중하고, 놓아주는 용기로 표현됩니다. 현실의 미아는 아이가 있는 엄마가 되었고, 세바스찬은 꿈꾸던 재즈 클럽을 열었습니다. 서로가 원하던 미래를 이뤘지만, 그 미래 속에 상대방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 아이러니는 영화의 여운을 극대화하며, 삶에서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다는 성숙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이처럼 〈라라랜드〉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단순한 감상으로 소비하지 않고, 삶의 선택과 직결된 복합적인 문제로 다루며, 청춘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음악과 색채의 미학 – 감성을 설계한 영화

〈라라랜드〉는 스토리와 감정을 전달하는 도구로 음악과 색채를 정교하게 활용합니다. 음악 감독 저스틴 허위츠는 영화 전반에 걸쳐 재즈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곡들을 배치하며, 캐릭터의 감정과 플롯의 전개를 자연스럽게 이어줍니다. 대표곡인 'City of Stars'는 도시의 화려함 속에 숨겨진 외로움과 기대를 담아냈고, 'Audition (The Fools Who Dream)'은 미아의 절절한 고백이자 이 영화 전체의 주제를 압축하는 곡입니다.

특히 이 노래는 엠마 스톤의 눈물 어린 독창으로 완성되며, 예술가의 고독과 용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순수함을 표현합니다. 이 장면은 단순한 오디션이 아니라, 미아의 인생이 걸린 순간으로, 관객은 감정을 함께 겪게 됩니다.

영상미 측면에서도 〈라라랜드〉는 뚜렷한 색채 전략을 보여줍니다. 미아가 입는 드레스의 색깔, 하늘과 배경의 조화, 무대 조명의 활용은 모두 감정의 결을 시각화합니다. 특히 오프닝 뮤지컬 넘버 ‘Another Day of Sun’은 한낮 고속도로 위에서 수십 명이 춤을 추며 영화의 톤을 설정하고, 클로징 시퀀스에서는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색감의 변화를 통해 감정의 흐름을 극적으로 완성합니다.

이러한 음악과 색채의 조합은, 이 영화가 단순히 대사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아니라, 영화 전체를 감정의 악보처럼 구성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는 고전 뮤지컬 영화에 대한 오마주이자, 현대적 감수성을 더한 완성도 높은 예술적 시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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