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영화 | 결백(2020) 리뷰 [줄거리/인물/총평]

by 지-잉 2025. 10. 18.
반응형

영화 결백 포스터

 

영화 〈결백〉은 가족이라는 가장 가까운 울타리 안에서 발생하는 오해와 비밀, 그리고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을 그린 법정 미스터리 드라마입니다. 신혜선과 배종옥이 보여주는 두 세대 여성의 대립과 연대는 단순한 스릴러를 넘어선 감정적 깊이를 부여하며, 시골 마을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 얽힌 인물들의 관계와 숨겨진 과거는 관객을 끊임없이 긴장하게 만듭니다. 특히 ‘결백’이라는 제목이 말해주듯, 이 작품은 진짜 죄가 누구에게 있는지, 진실이란 무엇인지를 되묻는 영화로, 단순한 법정 공방이 아니라 인간 내면의 심리를 건드리는 심도 있는 서사를 담고 있습니다.

줄거리 – 침묵 속에 감춰진 진실

영화는 한 장례식장에서 시작됩니다. 고향 마을에서 촌장을 맡고 있던 인물이 식사 중 독극물 중독으로 사망하고, 같은 식사를 한 가족 중 어머니 ‘화자’(배종옥 분)가 살인 용의자로 지목됩니다. 화자는 치매를 앓고 있으며, 사건 당시의 기억조차 분명하지 않습니다. 서울에서 성공한 변호사로 살고 있는 딸 ‘정인’(신혜선 분)은 어머니와의 관계가 멀어져 있었지만, 그녀가 살인 혐의를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고향으로 내려옵니다.

정인은 처음에는 사건을 피하고 싶어 하지만, 어머니가 억울하게 누명을 썼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면서 직접 변호를 맡기로 결심합니다. 그러나 사건을 파고들수록 고향 마을에는 얽히고설킨 관계와 묵인된 부패, 권력의 냄새가 가득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촌장의 죽음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며, 그 배후에는 정치적 이해관계와 과거의 비극이 뒤엉켜 있었습니다.

정인은 어머니의 결백을 밝히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과거의 단서를 추적해 나가고, 그 과정에서 어린 시절 자신의 기억과도 맞물린 충격적인 진실에 도달하게 됩니다. 이 영화는 법정 공방보다는 인물 간의 심리전과 진실을 밝히기 위한 정인의 감정적 여정을 중심으로 흘러갑니다. 진실이 밝혀지는 과정은 단순한 추리가 아닌 감정의 폭발이며, 영화 후반부에 드러나는 ‘진짜 범인’과 그 동기는 관객의 심장을 조용히 조여옵니다.

인물 – 두 세대 여성의 충돌과 공감

〈결백〉의 중심에는 두 여성, 정인과 화자가 있습니다. 신혜선이 연기한 정인은 냉정하고 이성적인 변호사이지만, 내면에는 어린 시절 상처와 어머니에 대한 복잡한 감정이 얽혀 있는 인물입니다. 그녀는 처음엔 철저히 이성적인 입장에서 사건을 분석하려 하지만, 어머니를 이해하고 믿으려는 과정에서 점점 감정적인 변화를 겪게 됩니다. 신혜선은 이 복잡한 감정선을 절제된 연기로 표현하며, 관객으로 하여금 정인의 내면을 따라가게 만듭니다.

반면, 배종옥이 연기한 화자는 치매라는 병을 앓고 있어 말수가 적고 감정을 표현하기 어려운 상태입니다. 하지만 그녀의 침묵과 눈빛에는 오히려 더 많은 감정이 담겨 있으며, 오랜 세월 속에 숨기고 살아온 고통과 비밀이 그 안에 응축되어 있습니다. 배종옥은 거의 대사가 없는 상태에서도 강한 존재감을 보여주며, 관객으로 하여금 그녀의 무고함을 믿고 싶게 만듭니다.

이 외에도 마을을 지배해온 권력자, 무기력한 경찰, 이기적인 지역 인사들까지 영화는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사회적 구조의 문제를 은유적으로 드러냅니다. 특히 화자의 결백을 이용해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려는 검사 ‘추재석’(허준호 분)의 캐릭터는 권력과 진실의 대립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어 줍니다.

총평 – 진실은 법정 밖에 있다

〈결백〉은 전형적인 법정 드라마의 공식을 따르면서도, 그 틀 안에 인간의 감정과 사회 구조의 불합리를 촘촘히 녹여낸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단지 한 사람의 결백을 밝히는 데 그치지 않고, 왜 무고한 사람이 범인으로 지목될 수밖에 없었는지, 그 사회적 맥락과 개인의 트라우마까지 집요하게 파고듭니다.

감독은 인물의 심리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고요한 배경, 폐쇄된 공간, 잦은 클로즈업을 활용합니다. 이는 관객이 인물의 표정 하나하나에 집중하게 만들며, 대사보다 더 깊은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특히 어머니와 딸이 법정에서 서로 눈을 마주치는 장면은, 말보다 더 많은 감정을 전달하는 이 영화의 백미 중 하나입니다.

영화의 말미에 드러나는 진실은 충격적이지만, 그보다 더 인상 깊은 것은 정인이 어머니를 ‘이해’하게 되는 순간입니다. 그 이해는 단순히 사건의 진실을 아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쌓인 오해와 거리감을 넘어선 감정의 화해이며, 관객은 이 장면에서 뜨거운 울림을 느끼게 됩니다.

〈결백〉은 누구나 죄를 지을 수 있는 사회에서, 어떤 구조가 누군가를 죄인으로 만드는지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영화입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는 법보다 더 큰 정의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결국 이 영화는 ‘누가 죄인인가’보다 ‘왜 죄인이 되었는가’를 묻는 작품이며, 이 질문은 쉽게 잊히지 않고 오래 남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