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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그녀가 죽었다(2024) 리뷰 [줄거리/인물/총평]

by 지-잉 2025. 1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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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녀가 죽었다 포스터

 

 

〈그녀가 죽었다〉는 SNS의 화려한 삶 뒤에 숨겨진 타인의 내면과 거짓된 정체성, 그리고 그로 인해 벌어지는 관음과 진실의 게임을 다룬 2023년작 미스터리 스릴러입니다. 웹툰 원작을 바탕으로 제작된 이 작품은, 누군가의 일상에 몰입하는 ‘관찰자’가 결국 실종과 죽음의 실체를 추적하는 주인공이 되는 구조로 흥미롭게 전개됩니다. SNS 시대, 누구나 타인의 삶을 엿보는 것이 당연해진 이때, 영화는 우리가 쉽게 지나치는 '좋아요'나 '스토리' 하나하나가 얼마나 위험한 연결고리가 될 수 있는지를 섬뜩하게 보여줍니다. 화려한 외면, 감춰진 진실, 그리고 죽음 — 〈그녀가 죽었다〉는 정체성의 위기와 진실을 쫓는 인간의 불안을 서늘하게 그려낸 수작입니다.

줄거리 – "나는 그녀를 몰랐다, 그런데 왜 이렇게 익숙하지?"

정신적으로 불안정하고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구정호’(변요한)는 취미처럼 남들의 SNS를 몰래 훔쳐보며 하루를 보냅니다. 특히 어느 날 우연히 발견한 ‘한소라’(신혜선)의 인스타그램에 깊이 빠져듭니다. 화려하고 세련된 도시 여성, 친구들과 잘 어울리며 고급 카페와 미술관을 오가는 그녀의 사진은 정호에게 이질적이면서도 동경의 대상이 됩니다.

하지만 어느 날, 소라의 계정이 갑자기 정적이 되고, 정호는 뭔가 불길한 예감을 느낍니다. 그는 결국 스토킹에 가까운 행동 끝에 소라의 집까지 찾아가고, 그곳에서 의문의 시체를 발견하게 됩니다. 경찰은 그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고, 정호는 자신이 진짜 범인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직접 그녀의 삶을 파헤치기 시작합니다.

스토리의 전개는 단순한 ‘살인 미스터리’가 아니라, 정호가 소라의 SNS를 되짚으며 그녀의 삶을 추적하는 1인칭 관찰자의 시선으로 흘러갑니다. 각종 게시물, 친구 관계, 태그된 장소 등을 통해 정호는 소라가 감추고 있던 과거, 관계, 거짓말을 조금씩 알아내고, ‘화려한 인플루언서’라는 겉모습 뒤에 숨겨진 외로움과 두려움을 마주하게 됩니다.

인물 – 타인의 삶을 훔쳐본 남자, 그 삶에 갇힌 여자

‘구정호’(변요한)는 매우 복잡한 인물입니다. 그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지만, 사회로부터 고립된 채 살아가는 관찰자입니다. 직업은 거의 없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단절된 정호는 SNS를 통해 간접적으로 세상과 연결되며 살아가는 인물입니다. 그는 악의를 품고 있진 않지만, 그가 저지르는 행동은 도덕적으로 문제적이며 섬뜩한 면을 지닙니다.

변요한은 이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피해자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가해자처럼 보이는 이중성을 탁월하게 표현합니다. 관객은 그를 따라가며 연민과 불신 사이를 오가게 되고, 이는 영화 전체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핵심 동력입니다.

‘한소라’(신혜선)는 겉으로는 완벽한 도시 여성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복잡한 과거를 지닌 인물입니다. SNS에 올리는 화려한 사진과 실제 삶은 전혀 다르며, 그 이면에는 관계의 공허함, 정체성의 혼란, 그리고 외로움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소라는 단순한 피해자가 아니라, 정호가 관찰했던 것보다 훨씬 더 주체적이고 불안정한 인물입니다.

신혜선은 이 역할을 통해 ‘겉으로는 멀쩡하지만 안에서는 망가진 인물’의 복합성을 섬세하게 표현합니다. 특히 후반부에서 드러나는 소라의 비밀과 선택은, 관객에게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가’라는 모호한 질문을 던지며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총평 – 관찰과 오해, 그리고 거짓된 진실의 미로

〈그녀가 죽었다〉는 단순한 스릴러가 아닙니다. 이 영화는 SNS라는 현대적 도구를 통해 ‘인간의 외면과 내면의 괴리’를 말하는 심리 미스터리입니다. 인스타그램이라는 플랫폼은 누군가의 삶을 ‘편집’된 모습으로 보여주고, 우리는 그 가공된 이미지를 사실처럼 믿게 됩니다. 영화는 이 믿음이 얼마나 위험한 착각이 될 수 있는지를 강하게 보여줍니다.

구정호는 관찰자입니다. 그는 직접적으로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의 삶을 자기 욕망에 맞게 해석하고, 그 해석에 빠져드는 자기기만의 위험성을 상징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진실’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거나, 너무 늦게 발견되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냅니다.

연출 면에서도, 어두운 조명과 불안한 카메라 워킹, 조용한 음향 구성 등은 관객의 불안과 몰입을 극대화합니다. 사건의 진상이 드러나도 명확한 해답을 주지 않고, 여운을 남기며 끝나는 결말은 이 영화가 말하고자 했던 핵심 — “우리는 누구를, 무엇을 믿고 있었는가?” 를 다시 떠올리게 만듭니다.

결국 〈그녀가 죽었다〉는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던지는 경고입니다. 누군가의 사진 한 장, 게시글 하나에 담긴 진실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우리는 정말 타인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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