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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데드풀과 울버린(2024) 리뷰 [세계관/캐릭터/서사]

by 지-잉 2025. 9.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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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데드풀과 울버린 포스터

 

〈데드풀과 울버린〉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에 새롭게 편입된 데드풀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자, 휴 잭맨의 울버린 복귀작으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습니다. 데드풀 특유의 메타 유머와 폭력성, 그리고 울버린의 진중하고 비극적인 감성이 하나로 결합되면서, 이전의 어떤 슈퍼히어로 영화보다 감정적이고도 혼란스러운 에너지를 만들어 냅니다. 단순한 대결 구조를 넘어, 이 작품은 멀티버스라는 광대한 세계관 속에서 정체성과 상실, 책임의 무게를 이야기하며, 마블의 차세대 방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팬서비스에만 기대지 않고, 실제로 이야기 구조와 캐릭터의 관계성에서 감정적 깊이와 주제적 탄탄함을 갖춘 완성도 높은 블록버스터입니다.

세계관 확장 – 멀티버스의 진짜 시작

〈데드풀과 울버린〉은 단순한 히어로 간 대결 영화가 아닙니다. 이 작품은 마블의 멀티버스 본격 전개를 알리는 첫 포문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습니다. 기존의 MCU에서 존재하지 않았던 X-맨 세계관의 인물들이 MCU의 주요 타임라인으로 들어오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구성하며, 데드풀이 ‘제4의 벽’을 넘나드는 설정이 기존 멀티버스 개념과 기발하게 연결됩니다.

초반부부터 데드풀은 자신이 속한 세계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음을 깨닫고, 이를 막기 위해 TVA(시간 변이 관리국)와 마주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MCU의 여러 평행 세계가 등장하고, 울버린 또한 ‘한때 존재했던 영웅’으로서 재등장하게 되는 구조입니다. 팬들 사이에서 논쟁이 많았던 '로건'의 죽음을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울버린의 가능성을 열어둔 점이 이 영화의 세계관 구성에서 가장 세심한 부분입니다.

무작위로 캐릭터를 등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데드풀과 울버린 두 인물의 관계와 정체성 탐구를 통해 세계관 확장에 정서적 동기를 부여하는 점이 이 영화의 핵심입니다. 즉, 스펙터클보다 감정선이 세계관을 끌어가는 방식이 돋보입니다.

캐릭터 대비 – 유머와 비극의 충돌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데드풀과 울버린이라는 두 완전히 다른 성격의 캐릭터가 어떻게 하나의 이야기 속에서 조화를 이루는가입니다. 데드풀은 끝없이 농담을 던지고, 장면마다 분위기를 깨는 존재이지만, 동시에 자신이 사랑했던 세계와 사람들을 잃은 슬픔을 안고 있는 인물입니다.

반면 울버린은 겉보기엔 냉소적이고 무뚝뚝하지만, 그 이면에는 항상 고독과 상실, 자기희생의 서사가 깔려 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살아남은 자’로서 상실의 경험이 있으며, 이 공통점이 영화 중반 이후 두 인물이 진심으로 연결되는 기반이 됩니다.

라이언 레이놀즈와 휴 잭맨의 연기 호흡은 기대 이상입니다. 마치 현실에서도 친한 두 배우가 실제로 다투는 것 같은 느낌을 줄 정도로 자연스러운 대사와 리액션이 이어지며, 관객은 그들이 진짜 친구처럼 느껴집니다. 특히 후반부에서 두 인물이 서로를 위해 선택을 하는 장면에서는 진정한 팀업의 감동이 전해집니다. 이 영화가 단지 코믹북 팬을 위한 팬서비스가 아니라, 캐릭터 중심의 정서적 드라마라는 것을 입증하는 순간입니다.

서사의 무게 – 가벼운 듯 진지한 이야기

〈데드풀과 울버린〉은 유머와 폭력, 패러디로 가득하지만, 그 이면에는 꽤 무거운 주제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반복적으로 "우리는 누구인가", "과거를 바꿀 수 있는가", "죽음은 끝인가"와 같은 존재론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데드풀은 늘 현실을 비웃지만, 이 영화에서는 처음으로 자신의 존재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울버린 또한 더 이상 싸우고 싶지 않은 인물로 등장하며, 그의 폭력성과 자기희생 사이에서 오는 내적 갈등이 진하게 묘사됩니다. 두 인물이 다시 싸우게 되는 이유는 단지 세계를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서로의 고통을 공감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이 영화의 감정적 깊이는 MCU 평균 이상의 밀도를 보여줍니다.

감독은 액션의 볼륨을 유지하면서도, 중후반부부터는 감정을 축적하는 데 집중합니다. 클라이맥스에서 두 인물이 ‘마지막 선택’을 앞두고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이전 어떤 마블 영화보다 인간적이고 진지하게 느껴지며, ‘영웅’이라는 타이틀의 무게를 되짚어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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