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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서울의 봄(2023) 리뷰 [줄거리/인물/총평]

by 지-잉 2025. 9.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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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울의 봄 포스터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뒤흔든 신군부의 군사 반란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정치 실화 영화입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피격 이후 혼란에 빠진 정국 속에서, 전두환을 중심으로 한 하나회 세력과 이에 맞서는 합동수사본부 사이의 치열한 대치와 전투를 실감나게 그려냅니다. 단순한 역사 재현이 아니라, 현대 한국 사회의 정치적 기반이 형성된 결정적 순간을 날카롭게 조명하며 관객에게 ‘그날 서울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를 묻습니다. 이병헌, 황정민, 정우성 등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배우들이 긴장감 넘치는 연기를 선보이며, 단 하루 동안 벌어진 충격적인 사건을 강렬하게 전달합니다.

줄거리 – 하루, 대한민국의 운명이 갈린 날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이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의 총탄에 사망하며 정권은 급격한 혼란 속으로 빠집니다. 이후 계엄령이 선포되고 정국은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게 됩니다. 영화는 이로부터 두 달 뒤인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벌어진 군사 반란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주인공은 전두광(이병헌 분)으로, 당시 보안사령관이었던 그는 소수의 하나회 세력과 함께 정승화 육군참모총장(김성균 분)의 체포를 기획합니다. 명분은 '김재규와의 연계 가능성 조사'였지만, 실상은 권력 장악을 위한 쿠데타의 서막이었습니다. 정당한 절차를 무시하고 군의 병력을 동원해 군사 작전을 펼치는 전두광은 점차 상황을 통제해 나가며, 서울로 진입하는 군부대들을 장악해 갑니다.

이에 맞서는 인물은 이태신(황정민 분)입니다. 그는 당시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장이자, 정권 전복을 막기 위한 중심 축으로 설정된 인물입니다. 이태신은 전두광의 위법 행위를 간파하고 군 내 반란 세력을 저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하지만 반란군의 무력은 압도적이며, 정부 내 갈등과 우유부단함으로 인해 방어는 점차 약화됩니다.

영화는 실화를 기반으로 하되, 인물과 일부 사건은 극적 구성과 허구를 통해 더욱 강한 긴장감과 몰입을 유도합니다. 수도 한복판에서 벌어진 총격전, 기갑부대의 이동, 장군들의 분열, 명령 불복종 등 실화라고 믿기 어려운 사건들이 고스란히 재현되며, 관객에게 대한민국 현대사의 가장 민감한 한 장면을 직면하게 만듭니다.

인물 – 역사의 중심에서 충돌한 두 신념

〈서울의 봄〉의 중심축은 단연 전두광과 이태신, 두 인물의 충돌입니다. 전두광은 실존 인물 전두환을 모티브로 한 캐릭터로, 이병헌은 이전 어떤 배역보다 차갑고 무자비한 인물을 연기합니다. 권력을 향한 그의 집념과 냉혹한 계산은 대사보다는 눈빛과 정제된 표현을 통해 전달되며, 이병헌 특유의 무게감이 스크린을 압도합니다.

그에 맞서는 이태신은 실제 인물 정병주 장군을 기반으로 한 허구의 캐릭터지만, 그의 정의감과 용기는 매우 현실적으로 그려집니다. 황정민은 격한 감정보다는 신념 있는 군인의 태도를 고수하며, 진짜 충돌은 물리적인 싸움이 아니라 법과 명분을 지키려는 사람과, 그것을 짓밟는 자의 대립임을 강조합니다.

정우성이 연기한 장군 장태출 역시 영화 속 중요한 균형추입니다. 그는 반란군과 합법군 사이에서 갈등하지만, 결국 시민과 헌법을 지키는 쪽을 선택하게 됩니다. 이 인물의 변화는 단순한 서브플롯이 아니라, 관객에게 “당신이라면 어느 쪽에 설 것인가”를 묻는 철학적 질문을 던집니다.

이외에도 김성균, 박해준, 정만식, 정해균 등 조연들도 실제 군 장성들의 말투와 태도를 치밀하게 재현하며, 전체 서사의 리얼리티를 탄탄히 구축합니다.

총평 – 역사는 반복될 수 있다, 우리가 잊는다면

〈서울의 봄〉은 단순한 실화 영화나 전기 영화가 아닙니다. 그것은 이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과거의 기록’이 아닌 ‘현재의 경고’이기 때문입니다. 영화는 관객에게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헌법과 민주주의의 의미, 권력의 윤리, 그리고 시민의 역할에 대해 묻습니다.

작품은 뛰어난 연기와 연출, 긴장감 있는 구성으로 관객을 몰입시키지만, 그 중심에는 항상 “이것은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다”라는 무거운 진실이 놓여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쉽게 잊히지 않습니다.

유혈 사태 없이 권력을 탈취한 쿠데타, 군 내부의 명령 불복종, 시민이 배제된 권력 게임—이러한 요소들은 시대와 장소를 떠나 어느 사회에서도 반복될 수 있는 위험이기에, 〈서울의 봄〉은 단지 과거를 다룬 영화가 아닌 오늘과 내일을 위한 경고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감독의 연출은 사실성과 극적 긴장 사이의 균형을 잘 잡았고, 배우들의 연기는 영화의 무게감을 지탱하기에 충분했습니다. 특히 이병헌과 황정민의 연기 대결은 단순한 스크린 속 캐릭터를 넘어, 가치관과 신념의 충돌을 직접 보여주는 상징적 대립으로 느껴집니다.

이 영화를 관람한 후, 관객은 자연스럽게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됩니다. “그날 나는 어디에 있었을까?” 그리고 “지금은 어떤 쪽에 서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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