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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2022) 리뷰 [줄거리/인물/총평]

by 지-잉 2025. 10.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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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포스터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은 멀티버스 영화로, 기존 SF 액션의 틀을 완전히 비트는 독창성과 감성적인 서사로 관객에게 새로운 영화적 경험을 선사합니다. 단순히 차원이 다른 세계를 넘나드는 설정에 그치지 않고, 가족 간의 갈등, 자아 정체성, 삶의 의미와 같은 철학적 주제를 유쾌하면서도 깊이 있게 풀어낸 이 작품은 단순한 블록버스터가 아닌, 예술성과 상업성을 모두 잡은 명작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줄거리 – 세탁소 주인이 우주의 구세주?

영화의 주인공은 미국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중국계 이민자 ‘에블린 왕’(양자경 분)입니다. 세무조사를 앞두고 가게 운영은 물론, 남편과의 관계, 딸과의 갈등, 노모에 대한 책임까지 짊어진 에블린의 삶은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그러던 중, 세무청 빌딩에서 남편 웨이먼드의 몸에 갑자기 다른 차원의 인격이 깃들며 에블린은 ‘알파 유니버스’의 존재를 알게 됩니다. 이 세계에서는 다중 우주(멀티버스)의 개념이 실제로 존재하고, 각각의 자신들이 다른 인생을 살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알파 유니버스의 웨이먼드는 에블린에게 그녀만이 모든 멀티버스를 위협하는 존재 ‘조부 투파키’를 막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때부터 에블린은 점점 현실과 허구가 뒤섞인 세계 속에서 다양한 자신을 마주하게 되며, 과거에 내렸던 선택들이 자신을 어디로 이끌었는지를 반추하게 됩니다.

조부 투파키는 다름 아닌 에블린의 딸 ‘조이’의 또 다른 존재로, 모든 가능성과 무의미함을 깨달은 뒤 삶에 대한 회의에 빠진 인물입니다. 그녀는 ‘모든 것이 들어 있는 베이글’을 상징적인 무로 삼아 존재 자체를 소멸시키려 하며, 에블린을 그 허무 속으로 끌어들이려 합니다. 하지만 에블린은 끝까지 딸과의 연결을 포기하지 않고, 무한한 선택지 속에서도 삶과 사랑의 가치를 붙잡으려 애씁니다.

이야기는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심엔 ‘가족’과 ‘사랑’이라는 단순한 메시지가 있습니다. 결국 에블린은 멀티버스의 혼돈 속에서 가족과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갑니다.

인물 – 삶의 균열 속에 빛나는 관계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캐릭터 각각이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며 다층적인 매력을 보여줍니다. 특히 주인공 에블린은 단순한 히어로가 아닌, 평범한 중년 여성으로서 다양한 감정을 경험합니다. 양자경은 현실적인 고뇌와 액션 히어로로서의 카리스마를 동시에 표현하며, 이 영화로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녀는 멀티버스를 넘나드는 각기 다른 자신을 연기하며, 관객에게 깊은 감정 이입을 유도합니다.

에블린의 남편 웨이먼드는 외적으로는 순하고 무기력해 보이지만, 결국 가장 강한 정신력을 가진 인물로 그려집니다. 키 호이 콴은 이 역할을 통해 섬세한 감정 연기와 코믹 타이밍을 모두 보여주며,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그가 전하는 “친절함이 세상을 바꾼다”는 메시지는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따뜻한 중심 축이 됩니다.

딸 조이 / 조부 투파키는 현대의 젊은 세대가 겪는 정체성 혼란, 우울, 고립을 대표하는 캐릭터입니다. 그녀는 모든 가능성과 무의미함을 경험하며 삶을 부정하려 하지만, 에블린과의 갈등을 통해 관계의 회복과 존재의 이유를 찾습니다. 배우 스테파니 수는 조이의 복잡한 내면을 설득력 있게 연기하며, 서브 캐릭터 이상의 감정 축을 담당합니다.

이 외에도 제이미 리 커티스가 연기한 국세청 직원 ‘디어드레’는 악역처럼 등장하지만, 다른 차원에서의 그녀는 예상치 못한 감동을 선사합니다. 영화는 이런 다양한 차원의 인물들을 통해 인간의 다양한 모습과 감정을 입체적으로 보여줍니다.

총평 – 혼돈 속에서도 삶은 의미 있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단순한 멀티버스 영화가 아닙니다. 코믹하고 황당한 연출, 어지러울 정도로 다양한 설정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것이 결국 인간과 관계에 대한 이야기로 수렴됩니다. 삶이 무의미해 보일 때, 존재의 혼란을 겪을 때, 이 영화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은 존재하고, 삶은 이어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감독 다니엘 콴과 다니엘 쉐이너트는 실험적인 내러티브와 시각적 창의성을 통해, SF와 가족 드라마를 절묘하게 결합시켰습니다. 특히 베이글, 핫도그 손가락, 바위로 대화하는 장면 등은 얼핏 황당하지만 철학적인 상징성을 담고 있어, 해석의 여지를 풍부하게 남깁니다.

영화는 보통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우리가 매 순간 어떤 선택을 하든, 그 선택이 의미 없지 않다”는 깨달음을 줍니다. 멀티버스를 넘나드는 거대한 스케일에도 불구하고, 결국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귀결되는 이 영화는 공감과 감동, 그리고 깊은 사유를 동시에 선사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이 모든 복잡한 이야기가 하나의 핵심으로 모인다는 것입니다. “지금 여기에 함께 있는 것이 기적이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관객 모두에게 이 간단하지만 강렬한 문장을 오래도록 되새기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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