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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원더랜드(2024) 리뷰 [줄거리/인물/총평]

by 지-잉 2025.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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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원더랜드 포스터

 

〈원더랜드〉는 죽은 사람을 인공지능으로 다시 만나게 해주는 가상현실 서비스 ‘원더랜드’라는 세계관 속에서, 사랑과 이별, 기억과 존재의 의미를 되묻는 SF 감성 드라마입니다. 김태용 감독의 복귀작으로, 탕웨이, 배수지, 박보검, 정유미, 최우식 등 화려한 캐스팅과 함께 감각적인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인공지능을 통해 다시 만나는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주제는 단순한 SF적 상상력을 넘어서, 현대 사회에서 인간관계와 감정이 어떤 방식으로 진화할 수 있는지를 감성적으로 풀어냅니다. 이 영화는 눈물을 자극하는 휴먼 드라마인 동시에, 기술과 윤리, 기억과 현실의 경계에 대한 조용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으로, 한국형 SF 멜로의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줄거리 – 죽은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영화는 가상현실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원더랜드’를 배경으로 시작됩니다. 이 서비스는 사망한 사람의 데이터와 생전 기록을 기반으로 AI를 학습시켜, 사용자가 현실에서 다시 ‘그 사람’을 만나 소통할 수 있도록 해주는 시스템입니다. 단순한 영상 통화 이상의 몰입형 가상현실로, 감정과 말투, 습관까지 구현된 AI 휴먼과의 대화는 생전의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만난 것과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정교합니다.

배수지가 연기한 ‘정인’은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남자친구 ‘태주’(박보검)를 AI로 복원해 원더랜드에서 다시 만나게 됩니다. 그녀는 여전히 그와 대화하고, 웃고, 사랑을 나눌 수 있지만, 그 관계는 현실이 아닌 ‘가상’이라는 점에서 모호함과 슬픔을 동반합니다. ‘태주’의 회복 가능성이 점점 줄어드는 가운데, 그녀는 언제까지 이 관계를 이어가야 하는가, 그리고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를 고민하게 됩니다.

또 다른 에피소드는 탕웨이가 연기한 여성과 그녀의 어린 딸의 이야기입니다. 탕웨이의 캐릭터는 남편을 잃은 이후, 딸이 아버지를 그리워할까봐 ‘아빠의 AI’를 복원해 원더랜드를 통해 보여주지만, 그 가상 속 대화가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혼란에 빠집니다. 여기서 영화는 기억의 보존과 망각, 진짜와 가짜의 경계에 대해 조용히 질문을 던집니다.

또한 정유미와 최우식은 ‘원더랜드’ 서비스를 관리하는 운영자로 등장합니다. 그들은 이 서비스를 감정적으로 바라보면서도, 동시에 비즈니스로 냉정하게 다루는 입장에 놓이며, 윤리적 갈등과 책임의 무게를 짊어집니다.

전체적으로 영화는 에피소드 구조를 통해 각기 다른 인물들이 사랑을 다시 마주하는 방식을 조명하며, 관객에게 감정의 스펙트럼을 넓게 전달합니다. '가상'이지만 너무나 '진짜 같은' 감정 속에서, 영화는 관객 스스로가 이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기억을 어떻게 간직해야 하는가를 고민하게 만듭니다.

인물 – 가상 너머의 진짜 감정들

배수지 (정인 역): 정인은 영화의 정서를 가장 많이 이끌어가는 인물로, 가상 속에서 연인을 다시 만나는 사람의 복잡한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합니다. 수지는 태주와의 가상 속 대화에서 감정의 기복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며,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서 느끼는 슬픔, 미련, 희망을 고요하게 전달합니다.

박보검 (태주 역): 태주는 생명 유지를 위해 병원에 누워 있으면서, 동시에 ‘원더랜드’ 속 AI로 정인과 대화하는 인물입니다. 박보검은 AI로 구현된 인간의 부드럽고 정제된 특성을 잘 살려내면서도, 때때로 실제 ‘태주’ 같기도 한 미묘한 표현으로 관객에게 혼란을 주며 몰입을 유도합니다.

탕웨이 (수진 역): 수진은 남편을 잃고 혼자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 현실적 고통과 모성애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입니다. 탕웨이는 담담하면서도 깊은 내면의 감정을 절제된 연기로 전달하며, 가상현실이 진짜 기억을 대체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을 인물의 행동으로 표현합니다.

정유미 & 최우식: 두 사람은 원더랜드 서비스의 내적·외적 운영을 담당하며, 전체적인 서사의 중재자 역할을 합니다. 이들은 기술과 감정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 하지만, 점점 이 서비스가 사람들에게 주는 무게감과 영향력에 대해 고뇌하게 됩니다. 인간의 슬픔을 '서비스'로 관리할 수 있다는 개념 자체에 의문을 품으며, 영화 속 도덕적 질문을 구체화시킵니다.

총평 – 기술 너머의 감정, 존재의 윤리에 대한 질문

〈원더랜드〉는 한국영화에서 보기 드문 정통 감성 SF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다면?’이라는 질문은 누구에게나 유효하지만, 영화는 단순한 감정 소비에 그치지 않고, 기억과 존재, 망각과 애도의 방식, 그리고 감정의 진실성에 대한 근본적인 사유를 담아냅니다.

CG나 시각효과보다는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와 미니멀한 연출을 통해 정서를 쌓아가는 방식은 오히려 몰입도를 높이고, ‘가상’이라는 비현실적 설정을 보다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게 합니다.

또한 이 작품은 기술의 발전이 인간 관계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가를 다룰 뿐 아니라, “기억을 지운다고 해서 고통이 사라지는가?”, “가상의 위로가 진짜 슬픔을 대체할 수 있는가?”라는 윤리적·감정적 질문을 남깁니다.

종합적으로 〈원더랜드〉는 감정의 진정성과 기술의 경계 사이에서 섬세한 균형을 유지한 작품이며, 관객에게 조용한 감동과 사유의 시간을 동시에 선사합니다. 이별, 상실, 위로라는 보편적 주제를 새로운 형태로 풀어낸 한국형 감성 SF로서, 앞으로 한국영화가 이 장르를 어떻게 확장해나갈 수 있을지를 기대하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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