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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코다(2021) 리뷰 [줄거리/인물/총평]

by 지-잉 2025.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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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코다 포스터

 

〈코다〉는 청각장애인 가족 속에서 유일하게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딸 ‘루비’의 이야기를 통해, 소통과 자립, 가족이라는 공동체의 의미를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CODA’는 ‘Children of Deaf Adults(청각장애 부모를 둔 자녀)’의 약자로, 단순한 성장담을 넘어 ‘듣는 사람’과 ‘들리지 않는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따뜻하게 조명합니다. 음악이라는 감각적 매체와 청각장애라는 한계적 환경이 충돌하면서도 조화를 이루는 과정은, 관객에게 깊은 감동과 메시지를 동시에 선사합니다. 특히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자녀의 꿈과, 들을 수 없는 가족의 사랑이 충돌하는 지점은, 누구에게나 익숙한 감정의 갈등으로 확장되어 많은 공감을 이끌어냅니다.

줄거리 –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단 한 사람의 선택

루비는 매사추세츠의 작은 어촌 마을에서 청각장애인 부모와 오빠 사이에서 유일하게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가족 구성원입니다. 그녀는 부모의 고깃배 일을 도우며 동시에 학교에서 음악 수업을 듣습니다. 노래에 관심이 많고, 노래를 부를 때 진심으로 행복해지는 자신을 발견하지만, 가족은 루비가 자신들의 귀와 입이 되어주는 존재로만 여겨왔기에, 그녀의 음악적 꿈은 현실과 충돌하게 됩니다.

루비는 합창 수업을 통해 음악 선생님인 ‘버나드’를 만나며, 그의 권유로 버클리 음대 오디션 준비를 시작합니다. 하지만 집에서는 아버지의 사업이 지역 규제 문제로 어려움에 처하고, 루비 없이는 고객 응대, 시장 협상, 일상적 소통이 불가능한 상황에 직면합니다. 특히 학교와 가정 모두에서 요구받는 ‘역할’과 ‘책임’ 사이에서 루비는 자신의 꿈과 가족의 현실 사이에서 심각한 갈등을 겪습니다.

이야기의 핵심은 루비가 자신의 삶을 선택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가족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 위한 용기, 그리고 청각장애인 가족과의 진짜 소통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 영화 전반에 걸쳐 펼쳐집니다. 루비는 점차 자신의 목소리로 세상과 마주하는 법을 배우며, 동시에 가족과의 진정한 유대를 다시 발견하게 됩니다.

인물 – 서로 다른 세계에서 같은 마음을 나누는 가족

루비는 CODA라는 환경 속에서 자란 소녀입니다.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특권을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그만큼 감정적·사회적 부담도 큽니다. 그녀는 가족의 통역자이자 보호자이며, 동시에 친구와 선생님, 시장 상인 사이를 오가며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그런 루비에게 음악은 유일하게 자신만을 위한 공간이자,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루비의 부모인 프랭크와 재키는 청각장애인이라는 설정 속에서도 유쾌하고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인물들입니다. 이들은 루비의 음악적 꿈을 처음엔 이해하지 못하지만, 점차 딸의 열정을 바라보며 부모로서의 사랑과 지지를 선택합니다. 특히 프랭크가 루비의 노래를 들을 수 없어 손으로 딸의 목소리를 ‘진동’으로 느끼는 장면은 영화의 가장 뭉클한 순간으로 손꼽힙니다.

오빠인 레오는 루비와 비슷한 또래지만, 자신의 장애로 인해 늘 가족 안에서 2순위로 밀리는 감정을 겪습니다. 그는 루비에게 의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녀가 가족을 떠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질투를 동시에 느끼게 됩니다. 이런 복합적인 감정선은 캐릭터를 단순히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으로 그리지 않고, 입체적인 가족 구성원으로 완성시킵니다.

음악 선생님인 버나드는 루비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존재입니다. 그는 루비에게 단순한 기술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용기를 심어줍니다. 그는 때로는 엄격하지만, 진심으로 루비의 가능성을 믿어주며, 루비가 자신의 목소리를 세상에 드러내는 데 큰 기여를 합니다.

총평 – 듣지 못하는 세상에서도 울리는 ‘진심’의 목소리

〈코다〉는 청각장애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그 핵심은 ‘소통’과 ‘이해’에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장애’란 단순히 신체적 조건만이 아니라, 서로 다른 환경과 입장을 이해하지 못할 때 생기는 감정의 단절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영화는 조용하지만 분명히 전달합니다.

이 작품은 장애를 ‘극복해야 할 것’으로 그리지 않고, 그 자체로 살아가는 방식의 하나로 보여줍니다. 특히 가족 구성원 모두가 청각장애인이라는 설정은 기존의 ‘장애인 가족을 돕는 비장애인’ 서사를 넘어, 역할과 책임, 독립과 사랑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강하게 부각시킵니다.

음악은 이 영화의 상징이자 도구입니다. 루비가 부르는 노래는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자신의 목소리로 세상과 처음으로 마주하는 순간입니다. 프랭크가 딸의 노래를 듣지 못하지만 그녀의 진동을 느끼고, 이를 통해 마음을 나누는 장면은, ‘진짜 소통’은 반드시 말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감동적으로 보여줍니다.

〈코다〉는 작지만 깊은 울림을 가진 영화입니다.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이라는 외형적 성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영화가 말하는 메시지가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보편적 진실이라는 점입니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더라도, 우리가 서로를 진심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그건 분명히 ‘대화’이고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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