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래시〉는 DC 확장 유니버스(DCEU)의 핵심 캐릭터 중 하나인 ‘배리 앨런(플래시)’을 중심으로 한 단독 영화로, 멀티버스 설정을 본격적으로 활용해 시간 여행, 평행 세계, 그리고 운명이라는 복합적인 테마를 풀어냅니다. 2023년 개봉 이후 많은 기대와 논란 속에서 공개된 본 작품은, DC의 리부트 전환점으로 기능하는 동시에 슈퍼히어로 장르의 감정적 무게를 강조하는 시도를 보여줍니다. 다양한 배트맨 캐릭터의 등장, 플래시의 과거 회귀 선택이 낳는 파급 효과, 그리고 개인적 상실을 극복하는 여정은 액션을 넘어선 감정선까지 다루며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줄거리 –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 그리고 그에 따른 대가
주인공 배리 앨런(플래시)은 빛보다 빠른 속도로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슈퍼히어로입니다. 그는 어릴 적 어머니가 의문의 살인을 당하고, 그 범인으로 아버지가 누명을 쓴 이후로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갑니다. 과학자가 된 배리는 자신이 지닌 능력을 통해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결국 한 번의 선택을 하게 됩니다. 바로 어머니가 죽지 않도록 과거를 바꾸는 것입니다.
하지만 작은 변화 하나가 예기치 못한 결과를 초래합니다. 배리가 돌아간 새로운 세계는 그가 알던 것과는 전혀 다르고, 슈퍼히어로들이 존재하지 않으며, 위협적인 존재인 ‘제너럴 조드’가 지구를 침략하려는 상황입니다. 이 세계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슈퍼맨이 없고, 대신 새로운 배트맨(마이클 키튼 분)이 존재합니다.
배리는 이 세계의 또 다른 젊은 ‘배리’와 함께 조드를 막고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한 방법을 찾기 시작합니다. 그 과정에서 그는 슈퍼걸과도 힘을 합치게 되고, 멀티버스 속 다양한 히어로들과 접촉하며, 자신이 저지른 결정의 무게를 몸소 체험하게 됩니다.
인물 – 감정을 가진 히어로 ‘플래시’, 그리고 시대의 배트맨들
배리 앨런 / 플래시 (에즈라 밀러)는 이번 작품에서 한 명이 아닌 두 명의 플래시로 등장합니다. 현재의 배리와 과거의 배리가 동시에 등장하며, 각각의 캐릭터는 성숙도와 감정선에서 큰 차이를 보여줍니다. 현재 배리는 자신의 과거를 되돌리려는 간절한 마음과, 그로 인해 벌어지는 일들을 감당해야 하는 책임감 사이에서 고뇌하는 인물입니다.
반면 과거의 배리는 훨씬 유쾌하고 천진난만한 성격으로, 결과보다 현재의 즐거움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 두 배리는 서로 충돌하면서도 점차 성장해 나가고, 결과적으로 상실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중요한 주제를 부각시킵니다.
또한 이 작품의 가장 큰 서프라이즈는 바로 배트맨들의 등장입니다. 벤 애플렉이 기존 DCEU 배트맨으로 등장하는 한편, 마이클 키튼은 1989년 배트맨으로 오랜만에 스크린에 복귀해 팬들에게 향수를 선사합니다. 그는 지혜롭고 경험 많은 어른 슈퍼히어로로서, 배리에게 중요한 조언과 역할을 수행합니다.
신선한 캐릭터로는 슈퍼걸(사샤 카예)이 있습니다. 기존 슈퍼맨의 상징을 넘어서, 감정적으로 상처 입은 모습으로 등장하며 여성 히어로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그러나 분량이 제한적이었던 점은 다소 아쉽게 평가됩니다.
총평 – 슈퍼히어로 장르의 전환점, 감정과 혼란의 시간여행
〈플래시〉는 단순한 액션 영화가 아닌, 감정과 선택, 그리고 상실을 중심으로 구성된 복합적 슈퍼히어로 영화입니다.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이 얼마나 파괴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면서도,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한 선택은 항상 옳은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이 철학적 테마는 기존 DC 영화들과 달리 내면의 감정선에 집중한 방향으로 진행되며, 관객의 몰입도를 높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액션 시퀀스는 빠르고 역동적이며, 특히 멀티버스 전투 장면과 배트맨의 등장 신은 시각적으로 매우 인상적입니다. CG와 편집에 있어서도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었고, DC 특유의 무게감을 잃지 않으면서도 코미디 요소와 감성적인 순간을 균형 있게 배치했습니다.
다만, 일부 관객들은 복잡한 세계관과 다소 무리한 설정 전개, 그리고 에즈라 밀러 개인 논란으로 인해 몰입이 어려웠다는 평가도 있었습니다. 또한 클라이맥스 이후의 결말은 명확한 정리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래시〉는 DC 유니버스를 정리하고 리부트를 준비하는 ‘과도기적 영화’로서, 의미 있는 발걸음을 내디뎠다고 할 수 있습니다. 슈퍼히어로 장르의 새로운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면, 이 영화는 충분히 한번쯤 생각해볼 만한 질문을 남깁니다.